근로 소득 개발자

출근길에, 은행에서 카톡이 왔습니다. 급여가 입금되었다는 반가운 알림이었습니다. 월급이 매달 입금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겠습니다.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데, 매달 따박따박 입금되는 것이 당연해지고, 당연해지고 나면 그 밖에도 다른 욕심들이 자라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회사에서 얼마나 공헌하며, 인정받고 다니고 있는가, 나는 여기서 뭘 배우며 얼마나 성장하고 있나,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나, 회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가, 또는 나는 어떻게 이 세상을 이롭게 바꾸고 있는가 등등등.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다 중요한 가치들이 있겠습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랜 기간 월급을 받다 보니, 그 가치들에 대한 관점이 제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으로 최소화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며 성장하기 같은 주제는, 한창 열 일하는 개발자분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하고 관심 가는 가치이겠지만, 저 같은 노인네 뒷방 개발자들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는 주제입니다. "이제 와서 성장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성장한다 한들 얼마나 더 개발자로 일하겠어" 같은 생각들이 더 강한 것일 수도 있고, 그냥 묵묵히 잘하다 보면 성장하는 거지, 성장을 목표로 용쓴다고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지만, 막상 어른 된 입장에서야 그 생각이 별로 안 들잖아요? 정작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정작 그 아이들은 나름의 심각한 고민들이 많이 있고요. ㅎㅎ

암튼, 결국 근로소득자 입장에서는, 내 지식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월급으로 받는 것이 핵심이겠습니다. 욕심을 더 부린다면, 그 지식 노동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월급 외에 다른 부산물들이 나나 회사에 더 발생하면 좋은 거죠. 예를 들면, 내 지식 노동의 품질이 더 올라가서, 잠재적으로 연봉이 오른다거나, 더 높은 급여의 회사로 이직이 쉬워진다거나 하는 등의 부산물요.

뒷방 노인네답게, 오로지 "돈돈돈"을 적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월급만으로 기준을 최소화해버리면, 내 장기적인 커리어가 망가진다거나, 과도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친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나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그 균형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돈만 따져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이상적인 목표에 대해 과도한 욕심을 부려도, 부작용이 클 테니까요.

이런 마인드가 어떤가 생각해봤습니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월급날 월급은 잘 들어왔고, 난 그 이상의 추가적인 부가 가치를 나에게나 회사에 만들어 냈으면 정말 잘한 거라고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옵션 정도로 여겨보면, 적어도 일단 마음은 편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나치게 소박한 목표일까요? 한편, 뭐 그 모든 욕심이나 이상을 한 방에 날려 보내는 현실은, "왜 내 월급은 왜 텅장을 스쳐가고 늘 부족한가"라는 점이 문제겠습니다. 욕심에 비해 늘 부족하지만, 그래도 입금된 월급에 감사하며 마구 적어봤습니다. 이제 뭐 욕심을 줄여야죠. ㅋ

작성일: 2022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