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개발자가 되는 길 (1)

이건 제가 감히 명쾌히 다룰 수 없는 주제이겠습니다만, 요새 주된 관심사이다 보니 한 번쯤 글로 적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 정리해보고 모종의 다짐을 하는 목적이 크고, 어쩌면 누군가에게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아주 조금) 해봅니다.

행복을 추구하고, 불행을 걱정하기

너무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행복을 바라고 고통을 피합니다. 뭘 이루고자 한다거나 어떤 행동을 취한다거나 제자리에 앉아서 걱정을 한다거나 하는 행동의 배경에는 행복을 좇거나, 두려움을 떨치려는 의도가 있는 거죠.

행복하고자 하는 동기는, 가볍게는 지금 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거나, 아니면 지금은 불행하지만 나중에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인 거죠. 예를 들어, 지금은 내가 신입 개발자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유능한 개발자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거나, 지금은 연약한 몸이지만, 운동으로 튼튼한 몸을 만들면 행복해 질 거라거나, 지금은 취준생이지만, 취업에 성공하면 행복할 거라는 기대 같은 것들이 있겠죠.

한편, 두려움의 배경에는,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자칫하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아니면 지금도 불행하지만, 더 불행해질 수 있다거나, 아니면 지금은 행복하지만 이 행복을 유지하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기본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행복한가?

개발자로 취업하면 행복한가요? 취준생 입장에서는 그렇게 기대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막상 취업하면 이 회사가 괜찮은 건지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될 건지, 다음 직장은 어디로 노려야 하는지, 연봉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기업에 입사한다거나, 네카라쿠배 취업해서 억대연봉받으면 행복할 것 같고, 아예 미국 FAANG으로 해외취업에 성공해서 해외파 개발자 인증을 받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입가가 올라가고 행복할 것 같은 기대감이 일어납니다만, 정작 그런 입장이 현실인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거나, 행복한 모습이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들의 조건은 당연한 것이 되고, 또 다른 불만이 그 자리를 대체합니다.

숨쉬기 운동으로 시작한, 사소하지만 신기한 경험

작년 말 즈음부터, 숨쉬기 운동(breathwork)를 기반으로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숨쉬기 운동은 '윔 호프 호흡법' 같은 숨쉬기 방법을 가이드에 맞춰 따라하는 운동입니다. 유튜브에 'breathwork'로 검색하면 수많은 가이드 영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략 15분 정도 따라 하기에 적당해요. (사람에 따라서는 안맞을 수도 있다고 하니, 처음에는 가벼이 실험적으로 접근해 보시는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명상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꾸준히 하기 힘들었는데, 숨쉬기 운동을 하고 나면, 명상 집중도가 높아져서 숨쉬기 운동 후에 명상을 이어서 할 수 있고, 명상이 잘 되고 나면 그 효과가 체감되어서 매일 지속적인 명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엔 명상이라면 5분도 하기 힘들었는데, 요즈음은 하루 서너 번 20분~40분씩 할 수 있어서 총 한두 시간씩 할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하려면 안되고, 효과가 체감되면서부터 좋아졌습니다. 사소하게는 시야가 밝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체감이 즐겁습니다.

두어 달 밖에 안 됐는데, 몇 가지 사소하지만 신기한 체험을 몇 가지 경험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적기에는 애매한 것들이지만, 그중에 하나는, '진정한 자아는 기본적으로 무한히 행복한 상태이다'라는 걸 아주 찰나의 순간에 느껴본 것 같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긴 순간도 아니었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라서 확실하게 기술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암튼, 다양한 명상 서적이나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기본은 행복한 상태인데 너 스스로가 고통을 감싸 쥐고 있다는 점을 더 경험으로 깨닫게 되면 좋겠다는 기대와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어떤 경험으로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무작정 믿어본다면 어떨까?'

모두가 본디 평안한 상태라면

만약 그 참자아(true self)가 본디 더 할 것 없는 평안한 상태라면 '행복 추구'가 무의미해집니다. 지금 이미 덧붙일 수 없는 행복 상태인데 뭘 애써 더해서 행복을 추구하나요. 이미 모든 것을 이뤘으니, 더 이뤄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얘기인 거죠. 본능적 에고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며 이런저런 걸 해야 하고, 그러려면 또 그에 앞서서 뭐뭐뭐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들겠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인 거죠.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가만있어라, 이런 뜻은 아닐 테고(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정말 무언가 하고 싶거나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편안해져요. 내가 뭔가 해야 했어야 하는 일들이 되게 많았는데, 해도 되지만 안 해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방감이 느껴진달까요.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던 거죠. 그중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은 하고, 하고 싶은 건 하되, '막연히 행복해지기 위해 하려고 했던 별 쓸데없는 일들'을 버려버리는 겁니다.

개발자 뿐 아니라

이 관심사가 새삼 흥미로운 게, 삶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게 내가 뭘 (쓸데없이) 바라고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쓸데없이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어요. 아까 잠깐 언급한 신기한 찰나에서 그 사실이 잠시 인식되자, 아 그게 무거운 마음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그 찰나에서 빠져나오자 무거운 마음 상태가 기본이 되었습니다.

암튼, 행복해지려면 돈을 얼만큼 벌어야 하고, 건강은 어떻게 되어야 하고, 내 몸무게는 어떻게 되어야 하며, 아이 공부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고, 이런 지극히 정상적인 고민들의 관점이 대폭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스스로는 어떻게 바뀌어갈지 흥미로운 상황입니다. 이미 뭔가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재밌고요.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헛헛.

그래서 뭘 하라는 거야?

굳이 말해보자면,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숨쉬기 운동" 경험 추천드려 봅니다! 이미 명상이 잘 되시는 분들은 불필요할 것 같지만, 평소 명상에 관심이 있었는데 잡생각이 많이 끼어들어서 집중하기 힘들었던 분들에게 좋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