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board shortcuts

Press or to navigate between chapters

Press ? to show this help

Press Esc to hide this help

2023년 9월, 2년간 1700K를 달렸다

어쩌다 2년 넘게 오래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도 여러 핑계를 대며 다음 날로 미루는 판국에, 그 재미없는 달리기를 한다니요, 말도 안 되죠. 처음에는 작심삼일 세 번만 반복해보자 싶었습니다. 뭐 또 내가 이러다 말겠지만, 그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아 내가 달리는 사람이구나'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운동량을 채우겠다는 심정이었는데, 훗날 알고 보니 이 '달리기'라는 운동이 상당히 재미가 있는 겁니다. 뛰는 사람들 참 대단한 의지다라고 느꼈더랬는데, 사실은 이 분들이 의지로만 하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실제로 재밌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달리는 사람들이 날 속인 적은 없지만, 제 스스로 속은 겁니다. 다 대단한 의지와 체력이 있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그 의지가 내가 생각했던 만큼 대단한 의지는 아니었던 거죠.

처음에는 1주일에 두 번 뛰는 걸 목표로 했고, 한 번에 5K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싶었습니다. 평생 오래 달리기라는 종목을 기피했기에, 힘든 건 둘째치고 혹시 무릎이나 발목에 부상을 입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조심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부상이 없었고 3개월쯤 지나니 5K를 한 번에 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 분위기에 휩쓸려, 마라톤 대회에 함께 치러지는 10K 달리기도 나가보고, 하프마라톤도 나가봤습니다. 다음 달 트레일러닝 20K 대회도 앞두고 있습니다. 대회를 앞두면 확실한 목표의식이 생겨서, 훈련량을 늘릴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해집니다만, 굳이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늘 습관적으로 잘 뛰고 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요새는 매주 4~5회 뛰면서 한 달 100K 정도를 뛰고 있고, 연말까지 160K 정도로 늘리려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많은 거리일 수도 있고, 적은 거리일 수도 있습니다. 각자 본인의 페이스와 마일리지가 있어서 각자 기준으로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래 뛴 것도 아니고, 많이 뛰는 것도 아니고, 잘 뛰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달리는 사람으로서, 달리기가 제 생활에 있어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틈틈이 관련한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달리기를 추천하는 글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누군가 추천한다고 해서 이걸 재밌게 할 수 있는 거는 아닐 수도 있어서, 그저 이미 뛰는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겠다는 기대입니다.

적어도 저는 누군가를 속이지 않으려 합니다. 달리는 건 그렇게 대단한 의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재미가 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의지로만 하라면 힘들고 지쳐서 오래 지속할 수 없을 거예요. 재미가 없다면, 굳이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재밌는 운동도 많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