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ylent 첫주문

식사 대용식 Soylent 1주일 치를 주문했다. 미국의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본인이 식사 대신 간단하게 하루 영양소를 섭취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개발한 파우더인데 그 일이 커져서 큰 사업이 된 것 같다. 하루 세끼 대신 이 파우더를 물에 타 마시면 성인에게 필요한 하루 권장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제품이다. 이미 국내에도 후기가 여럿 보일 만큼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도 한번 시험 삼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주문한 것이다.

얼핏 둘러봐도, “와 이건 딱 내게 필요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런 말도 안 되는 제품을 만들다니 무슨 생각이 있는 거지?“의 극단적인 견해차가 나뉘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아무래도 앞쪽에 해당한다. 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싫지야 않지만, 남들 대비 그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것 같다. 게다가 모든 끼니가 즐거울 수는 없고, 때로는 심지어 식사 자체가 그저 배고픔을 덜거나 영양상의 이유로만 해내는 다소 의무적인 행위일 때가 있기에 저렴한 가격(한 끼 분량에 약 $3)에 편리하게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포인트는 딱 와 닿는다.

우려되는 점은, 혹시나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헬스용 단백질 파우더처럼 사료 먹는 맛과 기분이 난다면 곤란하다는 점인데, 남들의 후기로 보면, 그저 아무 맛도 없이 정도로 보이고, 적어도 역겨운 맛은 아닌 것 같다. 예전에 굳이 안 찌는 살찌우겠다며 근력 운동과 함께 단백질 파우더를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사료를 꾸역꾸역 마시는 기분이 들 정도로 좀 역겨웠다. 근육이 좀 느는 것 같은 효과야 있었지만, 속이 더부룩하고 피부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더 컸던 것.

Soylent의 준비 과정부터 설거지까지가 간단하다는 점은 명백해서 더 기대할 점은 없고, 마시고 나서의 배고픔이 어떨지가 궁금하다. 미숫가루의 경우는 든든히 마시면 당장은 배고픔이 해소되지만 뒤돌아서면 배고파지며, 그렇다고 너무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나기 쉽고, 또 그것만으로는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는 것은 아니니 완전하지는 않다. Soylent만 마시고도 배고픔을 견딜 만하고 뒤탈이 없다면 그다음 걱정은 맛이다. 맛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괴롭지 않은 수준이면 되니 지나친 기대는 아닐 것이다. 결국, 배고픔과 뒤탈이 없다면 애용해볼 터. 그렇다고, 모든 끼니를 다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아니고, 하루 한두 끼 정도 시식해보려는 생각이다. 어차피 아침은 잘 먹지 않았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회사에 다닐 때도, 동료들과 함께하는 식사가 늘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음식의 맛도 주요 변수지만, 난 식사 속도가 남들보다 느린 편이라, 걸핏하면 나 혼자 식사 중이고, 남들이 내 식사를 기다리며 눈치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길 때도 잦고, 또 메뉴 선택도 여럿이 하다 보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서 따로 먹자니, 한국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은 여간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닌 터라,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혼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밖에서 끼니를 혼자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은데 아무래도 그럴 때는 Soylent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한편, 큰 노력과 공부 없이도 채식주의(?)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