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직 내려놓기

2년 남짓 맡아왔던 개발팀장직을 내려놓았다. 연초부터 고민했던 일인데, 출산휴가와 안식휴가 2달을 틈타 고민도 더 하고, 결정도 미뤄왔던 일이다.

주변에 보면 적지 않은 개발자가, 순수(?) 개발 일을 계속하고자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안팍의 압력에 못 이기고, 매니저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나역시 어느정도 우리회사에서의 적정 나이(?)가 되어 팀장직을 맡게된 것이기도 했던 것같다.

개발력이 뛰어난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고, 나름의 성과도 잘 드러났던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어느 순간이 되어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팀은 잘 지낼 수 있는 시기가 되었고, 나는 다시 개발자로 일하고자 내려오기로 했다.

사실 팀장이 되기 전에는 팀장은 역할일 뿐, 위아래의 개념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겪어보니, 결국은 위아래의 환경이었다. 내가 위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팀원들은 나를 위라고 생각하고, 내가 조직도상 윗사람을 내 위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그 사람은 나를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다보니 역할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해볼 수 있을지 보이기도 했지만, 내가 잘하고 싶고, 즐겨하는 일은 개발이었지, 리딩이나 매니징이 아니라는 게 시간이 갈 수록 분명해졌다.

어쨋건 운좋게(?) 다시 개발자로 조직도상 위치는 바뀌었지만, 아직 어떤 개발 일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 이제 이렇게 머리가 굵어져서, 그냥 아무 개발이나 할 수도 없고, 영락없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어떻게 자리 잡아갈지 두고 볼 일이다. 물론, 결국 자리를 못잡을 수도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감안했던 일이다. 오히려, 반대로, 계속 매니저 트리를 탔다면, 그걸 더 걱정해야할 상황이었다.

의외로,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