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16일: 중간 점검 - 왜 이 프로젝트를 하나?

30일의 휴가 동안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 사실 프로젝트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 딱히 정해진 목표 결과물 없이, 그간 알아보고 싶었던 기술 주제를 공부해보고 있는 성격이 강해서, 정확히 말하면, “다양한 웹 개발 기술 셋 훑어보기 프로젝트”라고 해야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 딸내미 100일 떡을 돌리러 회사에 잠깐 들렀고, 오늘 또 잠시 들렀다. 그러면 지금까지 보름 동안 벌써 두 번 들른 것이다. 고작 며칠 집에서 쉬었는데, 뜻밖에도, 회사에 가고 싶었다. 어젯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배철수 아저씨가, “방송 시간이 아니어도 방송국에서 산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사실 나도, 제주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회사 사람들뿐이고, 공통 관심사인 ‘개발 얘기’를 할 만한 사람들도 그 사람들뿐이니까.

어쨌든, 간만에 회사에 갔더니, 몇몇 동료 개발자분들이 내 프로젝트 글을 읽고 있다고 말해주었고, 꽤 완곡하고 정중한 표현으로 몇 말씀 해주셨으나, 냉정하게 해석하면 두 가지 질문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많다기 보다, 딱 세 분이 물어봐 주셨다. ㅎ)

  • 그거 뭘 하시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 왜 하시는 거에요?

딱히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진행한 것이라, “그냥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즉흥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답변은 그랬다.

“최근 1~2년간 개발을 하지 않다 보니, 개발이 하고 싶었어요.”

장황한 푸념

개발자에서 개발팀장이 된 지 2년쯤 된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한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 내 주변 대다수의) 개발팀장은 개발을 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도 개발팀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원들이 개발을 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지, 자신이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논란과 이견의 여지가 크지만, 직접 개발하면 오히려 팀원들이 개발을 잘하는 데에 방해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팀장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게 작용해서 그릇된 결론을 도출하기도 쉽고, 게다가 팀원들이 훨씬 더 개발을 잘하므로, 걸리적거리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에서, 난 팀장이 된 뒤, 될 수 있는 대로 개발적인 이슈는 팀원들에게 위임하는 편이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번거로운 보고 업무를 한다거나 다른 팀에게 가서 우리 팀 서비스를 영업한다거나, 윗분들께 업무성과를 홍보한다거나, 그런 잡일을 한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그전에는 소스코드 에디터나 IDE, 터미널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팀장이 되고 나서는 이메일 애플리케이션을 가장 많이 쓰게 됐으니까, 얼마나 개발에서 멀어졌는지 더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 2년 해보니까, 그래도 팀장 역할도 꽤 잘하는 것 같다. 자동차 운전자의 80%가 본인은 평균 이상의 운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착각한다지 않는가? 분명 상식적으로 평균 이상은 50%에 가까워야 하는데, 80%라니… 무려 30%가 얼토당토않은 착각을 하는 것이지. 아마도 내가 스스로 판단하는 팀장 역할 수행 능력도 그런 착각의 일종이겠지만, 착각은 개인의 자유니까. 이런 착각으로, 아주 많은 뛰어난 개발자들이 그냥 평범한 매니저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문제는, 그 평균 이상은 충분치 않고, 적어도 개발자로 현업에서 일할 때의 수행 능력이, 팀 매니저로서 하는 수행 능력에 비해서 나았을 것 같다. 소위, “뛰어난 개발자들 멍청한 매니저로 만든다”지 않던가? 난 뛰어나지도 않으니, 얼마나 멍청한 매니저가 되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개발은 잘하고 싶고, 재미도 있는데, 매니징는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잘하고 싶지도 않다는 점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솔직한(?) 푸념을 늘어놓으면,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팀장이라고 개발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 그냥 개발도 같이 해.” 오우! 그건 리더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장 매니저 역할도 제대로 못 해서 문제인데, 사치스러운 개발이라니?!

개발팀장의 푸념이 길어졌는데, 그만하고 정리하면, 그렇게 “개발 현업에서 멀어지고 나니, 다시 현업이나 기술 이슈에 그리움이 커졌고, 그걸 시간내서 보충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둘러댈 수 있겠다.

그런 한편, 사실 현업 개발자일 때는, “당장 눈앞의 현업이 바빠서 새로운 기술 셋을 살펴볼 여유 시간이 없다”고 했으니, “팀장이라서 그간 개발 공부를 하지 못했다”라는 것 역시 그럴싸한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야 중간 점검

장황했으나, 결론은,

“그냥 그간 알아보고 싶었던 주제들을 이제야 휴가기간이라는 여유를 틈타 살펴보고 있다.”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런 생각이 있으면서도 왜 팀장직을 맡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블로깅 해보고 싶다. 주변에 보면, 안이하게 막연히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개발자 할래요”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떤 점을 더 고려해야 하는지 따끔하게 알려주고 싶은 훈수 심리가 발동돼서 말이다.

어쨌건, 보름간을 되돌아 보니, 첫날 언급했던 주요 관심 주제들을 거의 다 살펴본 것 같다. 정말 뜻밖에, 부족하게나마 “매일 블로깅 해보자”는 목표도 아직은 잘 달성하고 있다. 작심삼일로 끝날 줄 알았거늘, 이런 스스로 대견한 상황이라니! 내일 travis-ci까지만 더 알아보고, 그 뒤로는 뭐라도 만들어 보는 데 주력해 보겠다.

지난 보름간 가장 큰 소득을 꼽자면, D3.js를 새로이 알게 된 것과, AngularJS를 살펴본 것을 꼽을 수 있겠다. 너무 이른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jQuery나 트위터 부트스트랩이 아주 널리 쓰이듯이, 조만간 AngularJS도 웹애플리케이션 개발자라면 반드시 알고 써야할 프레임워크가 될 거라고, 감히 주제넘게, 단언한다.

아, 아니다. 더 큰 소득이 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게으르게) 개발에서 멀어져 있었고, 세상은 얼마나 더 빠르게 더 좋은 기술들이 나오고 있는지를 되새기게 된 소득이 가장 크겠다.

이상, 중간 점검 끝~!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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